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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예민하거나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 번쯤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대리모와 관련된 정보는 아니니 대리모 프로그램 관련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글은 오히려 대리모가 필요하지 않으신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글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흔히들 접하는 대리모 관련 뉴스는 헐리웃 스타, 내지는 연예인, 인플루언서,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가졌다는 소식일 겁니다.

작성일인 오늘, 2022년 7월 27일자로 네이버 뉴스에 대리모로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들

 
그렇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은 흔히 '대리모'로 아이를 낳았다 혹은 대리모가 필요하다고 하면, 
돈이 많거나 유명한 사람들이

임신-출산 후엔 몸이 망가진다.
임신 기간 동안 일을 중단하고 싶지 않다.
부부 관계가 아닌 다른 제 3자와의 아이를 갖고 싶다.

 
등의 목적으로 대리모를 이용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대리모를 이용하는 부부는 본인들의 이기심이나 욕심 때문에 대리모를 이용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현실일까요?
 
이전에 대리모란 무엇인가요?라는 글에서 자세히 적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략히 넘어가겠습니다만,
대리모는 결국 제3의 여성의 자궁을 빌려 임신과 출산을 하는 난임치료 방식의 일환입니다.
 

그렇다면, 대리모를 이용하려는 부부는 왜 제 3의 여성의 자궁이 필요한 걸까요?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대리모가 없어도 임신이 가능한 사람들.
대리모가 없으면 임신이 불가능(혹은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람들

 
전자가 위에서 봤던 할리웃 스타를 비롯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연락 주시는 분들, 혹은 저희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모두 후자에 속하시는 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왜 대리모가 없으면 임신이 불가능(내지는 어려운) 걸까요?
 
 
대리모가 합법인 나라의 관계 법령에서 근거를 가져와보겠습니다.
 
오로지 난임부부만이 대리모를 이용할 수 있으며 아래와 같은 경우에만 대리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1. 선천적 혹은 후천적 자궁의 부재
2. 자궁강 또는 자궁경부의 변형으로 임신과 분만이 불가능
3. 자궁 강의 이형성
4. 심각한 신체 질환으로 임신이 불가능함
5. 배아 이식을 여러 번 (4회 이상) 하였으나 착상에 실패함
 
 
1번 2번 3번은 아주 쉽게 납득이 됩니다.
자궁이 아예 없거나 자궁에 문제가 없어서 착상이 안 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난 경우 - MRKH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높은 빈도로 MRKH 증후군 환자분들이 연락 주십니다.
종양 등의 이유로 자궁을 적출하신 경우.
그 외 자궁 관련 질환(자궁근종 등)의 이유로 착상이 어려우신 분들이 이에 속합니다.
 
 
4번이 정말 포괄적입니다.
생각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질환부터 평생 접하기 어려운 희귀 질환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이며 임상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신장이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 - 임신을 할 경우 혈류량의 증가로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이 대체로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암 환자 -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경우 기형이나 유산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이 대체로 불가능합니다.
이전 자녀 임신 때 심각한 임신 중독증 - 추가로 임신을 할 경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임신이 불가능합니다.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투약 중인 환자 - 복용 중인 약이 기형이나 유산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이 대체로 불가능합니다.
각종 자가면역질환, 희귀 질환자 - 산모의 컨디션에 따라, 치료 방법에 따라 임신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임부 안정성 등급이 낮은 특정 약을 복용해야만 하는 질환자 - 복용 중인 약이 기형이나 유산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이 대체로 불가능합니다.
 
몇 줄 안 되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질환들이 위에 속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5번도 정말 많습니다.
생각보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리고 절망적인 '원인 불명의 난임',
고령으로 인한 시험관 실패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슬프지만 정말 많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혼인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여성 나이 기준)
30대 후반 내지는 40대 초반에 혼인 → 1 ~ 2년간 자연임신 시도 → 1 ~ 다년간 난임 병원에서 시험관 시도 → 저희에게 연락
 
이렇게 되어 연락 주시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경험상... 대부분의 부부가 1번부터 5번까지의 이유로, 때로는 복합적인 이유로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었습니다.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모두 동일했던 것은
자연 임신이 가능했더라면 결코 저희에게 연락을 주지 않으셨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대리모 출산을 원했던 부부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자연 임신이 불가능하였고 유일하게 남은 가능성이 대리모 임신이었기에 선택한 길이지만, 사실 대리모 임신도 만능은 아닙니다.
모든 부부가 시험관 아기 임신을 성공하는 것이 아니듯, 대리모 임신을 시도한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리모도 결국은 난임치료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지 멀쩡한 사람에게 계단을 오르는 일은 그저 조금 힘든 일일 뿐입니다.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장애인에게 계단은 절대 올라갈 수 없는 벽입니다.
감사하게도 요즘 사회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여 장애인의 이동을 돕습니다.
비록 사회적으로 소수인 장애인들이지만 그들의 인권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간호사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치료과정의 한 부분으로써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금전적 대가를 받습니다.
 
 
난임이 아닌 부부에게 임신과 출산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능한 일입니다.
난임 부부에게 임신과 출산은 불가능 내지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입니다.
감사하게도 기술의 발전이 대리모라는 난임 치료 방법으로 난임 부부에게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줍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임신을 위한 노력은 누군가에게는 욕심, 이기심으로 비추어집니다.
 
 
대리모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대리모는 산부인과 난임클리닉에서 난임 치료 과정의 한 부분으로써
자궁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자궁을 제공하고 금전적 대가를 받습니다.
 
 
어려운 주제, 예민한 주제라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아 글이 복잡해졌고 길어졌습니다만
 
2019년 기준 난임 환자는 23만 명, 2021년도에 태어난 신생아의 1/8은 난임시술로 태어난 아기라고 합니다.
난임 환자는 점점 늘어납니다. 물론 모든 난임 환자가 대리모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국내 난임 시술로는 임신이 불가능함을 알기에 난임 시술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부부
다수의 난임시술 이후에도 임신이 불가능한 부부가
불투명한 가능성에 미약한 희망을 가지고 저희에게 옵니다.
 
 
 

대리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인 가요?

모든 사람이 이에 대해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리모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기적인 가요?

라는 질문과는 구분 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