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글
※ 본 글은 2019년 11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오늘 또 한 팀의 난자, 정자 채취 과정을 지켜보고 집에 와서 문득 감상에 젖어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은 대리모 프로그램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정말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예요.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글을 쓴지도 벌써 3개월 가까이 되어 가네요.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팀은 무척 높은 1차 피검 수치와 좋은 1차 초음파 결과로 축제 분위기였지만
바로 그다음 주에 시행한 2차 초음파에서 유산이 되어 같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어떤 팀은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 낸 배아가 모두 PGS 검사에서 탈락하였고..
어떤 팀은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 낸 배아 중 하나가 PGD 검사를 통과해서 이식을 준비 중이기도 하고
어떤 팀은 저번의 착상 실패를 딛고 2번째 이식을 시도하였고..
어떤 팀은 반년 이상 지속된 기나긴 준비 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과배란 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등등
그 사이사이에도 여러 난임부부들을 만났고, 감히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분들의 절박한 상황을 함께 나누었다고 말해도 될까요.
상담을 하면 늘 마지막 혹은 초입에 꼭 드리는 이야기가
대리모 프로그램은 100% 성공하는 마스터키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배아 이식을 대리모에게 할 뿐, 시험관아기와 근본적으로 같아요.
그리고 연락 주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미 과거에 시험관 아기 실패를 숱하게 겪었거나
그에 준하는 어려운 상태에서 연락을 주십니다.
사실 이 일은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알량한 사명감으로 어찌어찌 하루하루를 버텨가고는 있지만 사실 무척 힘이 듭니다.
어느덧 꽤 많아진, 직접 도와드리는 난임부부들께 안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좋은 소식만 전해드리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그분들도 이 모든 것이 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다가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 저를 붙잡고 울고 화내고, 혹은 담담히 받아들이고 하시는데
그 사무친 아픔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도 아픕니다.
당연히 그분들의 아픔에 비하면 저는 티끌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마는 서도
그래도 너무나 아픕니다. 그리고 저는 한 팀만 보는 게 아니니까요..
매일매일이 피 말립니다.
또, 다른 얘긴데
이 사회에서, 저는 항상 사기꾼입니다. 불법 브로커입니다.
방송을 기획한 담당 PD는 비록 저를 그렇게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다른 분들에 비해서 선하게 나온 거 같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방송의 제목은 "글로벌 비즈니스 대리모" , "무허가 비즈니스 대리모" 였으니까요.
실제로도 연락 주시는 많은 분들과의 첫 대면에서 저는 항상 사기꾼이었어요.
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냐부터 시작해서 저에 대한 신상을 꽤 많이 물어보십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세요)
정작 저는 그런 질문을 주시는 분들의 성함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말이죠.
뭐 방송 때도 그렇게 똑같이 당하긴 했죠.
그래도 이해합니다.
실제로 아직도 난임부부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서 이들을 등쳐먹으려는 나쁜 분들이 계시니까요..
난임 부부들의 정보 공유를 위해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을 버젓이 베껴서 이용하시는 분들도 있고
건너 건너 듣기로는 방송 이후에 검찰 조사를 받고 계시는 분도 있는 거 같고....
저 하나 희생해서 난임 부부들이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이로 인해 차후에 발생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요.
뭐 그래도 항상 누군가가 나를 처음 만날 때 불신으로 대하는 것을 마주하는 것은 좀 힘든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과거에 이 일을 하셨던 분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으신 것을.
이렇게 되지 않도록 진작에 인식 개선을 위해 시작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대리모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 같아요. 좀 더 양지화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씩 지쳐가고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 그분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릴 그날 만을 바라보며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진심이에요.
근데 같이 하는 팀들의 아픔의 무게는 너무 무거워요.
가끔은 벅찰 정도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더 잘할게요.